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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다"... 척추 명의가 말하는 디스크·협착증의 진실 ① [척추건강연구소]


허리가 아프면 대부분 디스크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은 사실 허리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디스크가 터지면 오히려 허리는 괜찮고 엉치와 다리가 심하게 아프고, 협착증은 걸을 때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지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즉, 허리가 아프다고 반드시 척추 질환은 아니며, 허리가 아프지 않다고 해서 척추가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38년간 척추만을 전문으로 진료해 온 정형외과 신병준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는 "디스크나 협착증처럼 흔한 척추 질환의 증상이 허리 통증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허리 통증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라고 말한다. 척추 질환의 진짜 원인부터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의 차이, 수술이 필요한 시점까지 신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봤다.

허리가 아프면 다 디스크나 협착증인가요?
허리 통증과 디스크, 협착증을 바로 연결 짓는 건 오해입니다. 실제로 디스크나 협착증이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은 분들이 더 많습니다.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눌렀거나 협착이 생긴 경우에는 허리보다 주로 엉치와 다리가 아픕니다.

허리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사실 근육이나 힘줄이 삐끗한 염좌입니다. 그다음으로 많은 것이 퇴행성 디스크입니다. 퇴행성 디스크는 앉아 있을 때 허리가 아프고, 앉았다 일어날 때 특히 심한 통증이 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런데 일어서서 걸으면 통증이 사라집니다. 이 외에도 세균성 염증,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골절, 강직성 척추염, 드물게는 암의 척추 전이도 허리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픈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허리보다 엉치와 다리로 통증이 전달됩니다. 허리 뼈에서 나오는 신경들은 각각 다리의 특정 위치로 연결되기 때문에, 어느 신경이 눌렸느냐에 따라 통증이 느껴지는 다리 위치도 달라집니다. 반면 디스크가 약해서 오는 퇴행성 변화나 허리 주변 구조물의 문제는 그 부위 허리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재미있는 점은 디스크가 터진 경우 오히려 허리가 안 아픈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엉치와 다리 통증이 너무 심해 허리 통증이 가려지는 겁니다. 대낮에는 밝아서 별이 안 보이는 것처럼, 더 강한 통증이 약한 통증을 덮어버리는 원리입니다. 수술 후 엉치·다리 통증이 사라지고 나서야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원래부터 있던 허리 통증이 다시 드러나는 것입니다.

디스크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디스크는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쿠션 역할의 조직입니다. 목뼈 7개, 등뼈 12개, 허리뼈 5개 사이마다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디스크는 원래 정상적으로 우리 몸에 있는 조직이고, 병명이 아닙니다. 디스크에 문제가 생겨 신경을 누르는 상태를 정확히는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하는데, 이를 줄여서 '디스크'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디스크 안에는 수핵이라는 물렁한 핵이 있고, 이를 섬유륜이라는 인대가 감싸고 있습니다. 젊을 때 터지는 디스크는 주로 수핵이 나오는 경우이고, 나이가 들면 수핵의 수분이 줄어들면서 섬유륜이나 연골판이 나오는 형태로 달라집니다. 디스크가 터지면 수핵 안의 염증 유발 물질이 신경 주변으로 퍼지면서 통증이 발생합니다. 다만 이 염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은 2~3주 후면 증상이 상당히 좋아집니다.

그렇다면 물을 많이 마시면 디스크 수분이 보충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물을 마셔도 혈류를 통해 온몸을 돌고 필요한 것만 흡수된 뒤 배출됩니다. 디스크로 직접 물이 가는 구조가 아닙니다. 디스크는 혈관이 없기 때문에 위아래 골단판의 혈관을 통해 압력 차이로 영양분과 수분이 공급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보다 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고 자주 움직여 주는 것입니다. 움직여야 이 압력 차이가 생기면서 디스크에 영양 공급이 이뤄집니다.

멀쩡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디스크가 터지는 이유가 뭔가요?
멀쩡한 디스크는 절대 터지지 않습니다. 교통사고가 나도 건강한 디스크는 터지지 않고, 오히려 뼈가 먼저 부러집니다. 디스크가 터지는 것은 이미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특정 동작이 마지막 방아쇠가 된 것입니다. 디스크 환자들은 언제부터 아팠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근하려고 차 문을 열고 발을 올리는 순간 다리가 아파졌어요'처럼요. 그전에도 허리가 가끔 아팠지만 심하지 않았을 뿐, 이미 퇴행성 변화가 진행 중이었던 겁니다.

잘못된 자세가 디스크를 유발할 수도 있나요?
자세도 당연히 영향을 줍니다. 퇴행성 변화를 앞당기는 자세가 있고, 반대로 늦추는 자세도 있습니다. 가장 나쁜 자세는 허리를 구부린 채 무거운 것을 드는 것입니다. 특히 물건이 몸에서 멀리 있을수록 허리에 가는 부담이 훨씬 커집니다. 여기에 허리를 비틀기까지 하면 최악입니다. 허리를 구부리는 것, 비트는 것, 이 두 가지는 디스크를 가장 빠르게 손상시키는 동작입니다.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구부정하게 앉아 있으면 특히 더 그렇고, 맨바닥에 앉는 좌식 생활도 허리가 안 좋은 분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디스크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다소 무리한 동작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퇴행성 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사람이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MRI에서 퇴행성 변화가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증상이 있거나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70세가 넘으면 허리가 멀쩡한 사람도 MRI를 찍으면 퇴행성 변화가 거의 다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영상 결과가 아니라 지금 내 몸에 어떤 증상이 있느냐입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요? 디스크와 어떻게 다른가요?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안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질환입니다. 이 공간이 좁아지면 신경이 압박을 받고,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통증과 마비가 올 수 있습니다. 증상도 디스크와 뚜렷하게 다릅니다. 디스크 환자는 앉아 있을 때 가장 불편하고, 서거나 걸을 때는 비교적 괜찮습니다. 반면 협착증 환자는 앉으면 편하지만 일어서서 걸으면 금방 엉치와 다리가 불편해지고, 조금 걷다 주저앉게 됩니다. 이를 간헐성 파행이라고 합니다.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협착증과 골다공증성 척추 골절은 앞으로 더 늘어날 질환입니다.

디스크와 협착증이 동시에 있을 수도 있나요?
있을 수 있고, 실제로 흔합니다. 협착증이 있는 상태에서 디스크가 터지면, 평소보다 훨씬 심한 통증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착이 이미 있는 공간에 디스크까지 튀어나오면 신경이 더 심하게 압박을 받고, 거기에 염증까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허리나 다리가 심하게 아프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하나요?
아무리 심하게 아파도 바로 수술을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부분의 척추 질환은 2~3주 이내에 상당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 심해도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 마비 증상이 있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써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통증이라면 일정 기간 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을 때 수술을 검토합니다.